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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리잡러의 시작

슬로우마드 이미써니🌞 2021. 5. 3. 10:46

어떻게 쓰리잡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사실 간단하다. 

나는 처음에는 원잡이었는데,

집에서 가깝고 일이 쉽고 재밌는 일이니까 월급을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안쓸거라 더 모을 수 있어, 하는 마음에 -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멍청하기 짝이없다.

당시에는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부모님집에서 캥거루살이를 하고 어차피 90%는 저축하는데 

뭐가 문제야 편하게 사는게 좋은거지, 하는 게 나였다. - 여전히 ... 참 멍청했다. 나이 서른이 다되도록 그런 마음가짐이라니.

그게 결국은 부모님 등골을 빼먹는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짧았다. 

 

한국에서 풀타임잡 하나를 구하기 전에 나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있었다. 

워킹홀리데이를 3년을 했다. 

나는 한국에서 사범대를 나왔고, 한국에서 해봤던 일이라고는 애들 가르치는 것 밖에 안해봤는데

그게 참 계속 하다보니까 지겹더라.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도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다른 걸 해보고싶은데 한국에선 다른걸 하면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만큼 돈을 못받는다. 

그래서 갔다. 

사실 옛날부터 외국에서 길게 살고싶다는 소망도 있었고.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나는 외국이 그렇게 좋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살때는 투잡을 했다. 

안그래도 최저시급이 높은데 최저시급을 받지도 않았고 - 호주에서는 평균 27불 받았고, 뉴질랜드에서는 19불 받았다. 

 

한국에 돌아왔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한국에서 잘하던 일을 해야지.

그래서 일을 구했다. 부모님집 근처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 돈이 별로 없었다. 

돈이 별로 없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호주에서 뉴질랜드에서 모은 돈은 거기서 영주권 받겠다고 이것저것 시험치고 서류 넣고 하는데 탕진했어서.

당시에는 안아까웠지만 영주권이 내 생각보다 몇배는 더 어렵다는걸 깨달은 후는

그게 그렇게 아까웠다. 지금은 공중에 날린 돈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하면서 다시 모으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내가 외국에 있으면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면 돈 부담이 적잖아.

일단 한국에 있으면서 돈을 더 모으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친구가 미국에서 자기사업을 하는데 서류랑 행정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단다. 

학부생 알바를 써볼까 한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하는거고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해서, 

학부생 쓰지말고 나를 쓰라고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도 투잡을 하게 됐다. 

 

그게 2018년도에 시작이었다. 

지금은 나는 친구와 함께 하는 일을 여전히 온라인으로 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하던 일을 하나 더 늘렸다. 

한국에서 풀타임으로 하던 일은 파트타임으로 돌리고 대신 시급을 올려받는다. 

친구와 함께 하는 온라인 일은 시급을 여러번 올렸음에도 처음 시작이 너무 작았어서 ... 지금도 작다고 나는 느낀다. 

추가로 시작한 온라인 일은 반면에 세가지 일중에 시급이 가장 좋고 일의 보람도 가장 크다. 

 

실제 일하는 시간은 쓰리잡을 합쳐서 풀타임 하나 정도이다. 

적으면 주당 35시간, 많아도 42시간정도이다. 

첫번째 일이 15시간 고정, 

두번째 일은 들쭉날쭉하나 10-15시간,

세번째 일도 마찬가지로 10-12시간 정도 할애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첫번째 일은 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외국으로 다시 나가서 온라인 일 두가지를 하면서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돈을 흥청망청 쓰는 타입은 아니고 - 오히려 궁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계획 소비에 능숙한 편이라 월 300 정도 벌면서 아껴서 외국에서 지내려고 한다 - 계획과 목표는 그렇다. 

 

이렇게 설명하면

상당히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이 스트레스를 주거나 어렵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나는 굉장히 편하게 일을 하고 있고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신뢰관계도 돈독하며 (나는 일자체보다 일을 같이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짤릴 위험도 없는 프리랜서의 삶. 

 

하지만 나도 내 나름의 고민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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