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빛나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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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무엇을 일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단상

슬로우마드 이미써니🌞 2023. 4. 11. 19:42

벌써 정말 놀랍게도 2023년의 첫 분기가 지나가고 4월도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그러니까 바로 지금) 나는 일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상이 크게 달라졌으니까. 특히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의 일상이 달라졌다.
왜 달라졌냐면 슬프게도 일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작년에는 하루에 3시간에서 많게는 5시간이면 충분하던 일이 올해는 회사의 사업분야가 확장되면서 5시간이 기본이 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매일은 아니고… 최대한 조절해서 월화수 3일은 일에 더 집중하고 목금 이틀은 조금 여유있게 지내려고 하고 있다.)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일을 적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 = 나라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한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일을 안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데, 3월에는 한국에서의 한달간 출장으로 인해 역대급의 업무시간 기록을 찍으며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했다.
노마드 생활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번아웃이 다시 찾아오는 듯 했고, 노마드 생활동안 철저히 보호해왔던 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아침시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쉬웠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렸고.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그렇게 다짐하며 들어왔는데 부끄러운 약속이 되어버렸다.
주말에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고, 충전’을 해도 충전이 된 것을 못 느끼는 사태에 이르러서 나는 과감히 한국에서의 남은 시간을 줄이고 빨리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비행기 표를 변경했다.
숙소 예약도 일주일 더 일찍 도착하는 만큼 추가했다.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 하루를 지내보니, 그 하루만 지내봐도 알겠더라.
나의 결정은 결국 무엇을 일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택을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이 참 감사해졌다.
내가 내 일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디지털노마드라는 생활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주는 자유 중에서 아마 가장 큰 것이지 싶다.
내가 이미 지내고 있는 익숙한 환경에서 내 일상을 바꾸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는데 나만 바뀌어야 하는 그 상황.
그 변화를 위해 나의 힘, 시간, 노력, 많은 것들이 소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있는 그 환경을 바꾸면 어려운 것들이 갑자기 쉬워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큰 부분이다.
나는 외국에만 나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도 너무나 쉽게 저절로 되는 부분이라 나를 대학생이 될때까지 키워준 부모님도 듣고는 믿지 않았고,
(우리 엄마는 내가 고3 시절에 날 깨우기 위해 아침에 사과를 깎아서 자는 내 입에 넣고는 유유히 아침식사 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럼 나는 사과를 우물우물 먹으면서 일어났는데 이외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나를 깨우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
대학생 때 기숙사에 틀어박혀 수업에도 나오지 않던 나를 기억하던 친구들이라면 역시 마찬가지로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사실인걸.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이 쉬운 결정을 하고 산다.
쉬운 결정이 항상 최고의 결정은 아니라고들 하는데, 그 쉽다는 관성 안에서 어려운 것을 선택하기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인게 현실이라고 한다.
어려운 결정을 하고 싶은데 그 어려운 결정을 지금 환경에서 하기가 불가능하다면.
되지 않는다면.
시도해도 계속 너무 어렵다면.
그러면 환경을 바꿔서.
아니면 그 결정이 쉬워지리 수 있도록 다른 변수들을 바꾸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