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잡으로 가끔은 정신이 없지만서도 균형과 안정감은 있는 일상을 살고 있는 중이다. 매일매일이 똑같고 새로운 것은 나타나지 않는다. 샤이니 키가 아유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하는 그 말이 자꾸 생각 나는 요즘인데. 사실 그 상태에서 일상이 가득 차 있으면 오늘 같은 느낌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도 있다. 쓰리잡 중에서 한개의 회의가 취소되고, 취소된 김에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해놓은책이나 얼른 가져올까 하고 일을 호다닥 마치고 셔틀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앉아있는데, 평소같으면 팟캐스트를 귀에 꽂아넣었겠지만 오늘은 그저 가만히 있는다. 갑자기 지난 15년간의 내 인생에 있어서의 몇가지 선택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려다 머무른다. 나는 그 안에서 그 기억들을 지켜본다. 목소리를 내다가도 다시 조용해진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에, 나는 다친 복근 물리치료도 받아야하니 책을 들고 다시 셔틀버스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읽는 에세이, 아까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기억들과 겹쳐진다.
그래, 그런 날도 있다.
평탄하다고 하면 그렇다고 할만한 어린 시절과 누구나 자기 나름으로 겪는 폭풍 같은 학창시절과 그 때는 너무나도 당연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헛웃음과 토닥임이 함께 나오는 이십대를 지나며 나는 내가 끊임없이 나아갔고, 발전했고, 내가 누구인지를 이전보다 더 잘 알았고, 나는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이라고, 그 때 그사람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내가 나아지고 싶던 그 모습이, 부끄러울 수도, 어린 모습이라고, 아유 진짜 나 아직도 이러나 싶은 그런 내가 오늘이라는 날에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그런 날도 있는 거라고.
지난 주 내 테라피스트는 나에게 그랬지. 어떤 때에 그 모습을 보게 되는지 기록해보세요. 다음에 만날 때 알려줘요.
조금씩 적고 있는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언제라기 보다는, 나의 그런 모습들이 그나마도 매일이 아닌 어쩌다가, 나는 이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굳건히 믿게될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타날 만큼, 나는 성장한 것이 맞고, 앞으로도 이 모습은 더 자주 아니면 덜 자주 만나게 될 수 있다는 것.
어제는 비가 참 많이 왔다.
오늘은 볕이 많이 나지만, 바람도 많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