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빛나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기

Mastermind - 이 삶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본문

Digital Nomad Life 현재

Mastermind - 이 삶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슬로우마드 이미써니🌞 2022. 7. 14. 23:32

마스터마인드는 내가 머물렀던 코리빙 커뮤니티 썬앤코에서 진행했던 여러 종류의 스킬쉐어 중 한 가지로,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집단 지성의 힘으로 해결해보고자 소집하는 모임이다. 내가 지내는 동안 두번의 마스터마인드 시간이 있었는데, 그 중 첫번째 시간은 계속적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헤어지고 하는 생활을 하는 디지털노마드의 마음 관리에 대한 것이었다. 

 

고민을 털어놓은 친구는 내가 처음 2014년에 호주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였을 때 직면했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나누고 정이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야, 설레기도 하고 에너지도 넘치고 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도 힘을 많이 쏟게 된다. 그 과정을 같이 겪는 친구들과도 그래서 쉽게 친해지는데, 친해지는 것까지는 좋지만 만남에는 이별이 있어서 이렇게 마음과 시간을 나눈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이 짧은 기간 내에 여러 번 반복되면 감정적으로 번아웃을 겪게 되는 일이 잦아진다. 그 친구도 노마드 생활 두달 만에 감정적 번아웃의 경계선에 다가와 있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더이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심적으로 어려워진다. 소통창구를 닫고 '왜 내가 이렇게 힘들지, 이래가지고서야 과연 내가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 수가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한다.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이런 고민을 할 기회가 훨씬 적다. 생활이 안정적이고 만남과 이별이 그렇게까지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문제는 정착을 하고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청산해서 해결해야 하나? 그렇지만은 않다. 꼭 정착하지 않더라도 이런 부분은 새로운 관점을 장착하는 연습, 계속적인 마음 관찰과 관리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 당시 모임에서도 공통적으로 제시된 해결책, 공유된 개인들의 경험은 모두 이 흐름이었다. 

 

가장 먼저는 이렇게 힘든 마음 상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 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한두달 안에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정이 들었는데 헤어지는 일들을 반복하면 힘들지,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거야. 이렇게 친해졌는데 헤어짐이 슬프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거지, 암 그렇고 말고." 하는 내 감정과 마음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으면 이 감정을 없애려고 하는 데에만 급급하게 된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이렇게 슬프고 힘들지만, 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교감했고 서로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만남 자체에 대한 감사함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내 삶에 두게 된 것, 이런 사람과 내가 마음을 통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을 선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도 나를 선택했다는 것, 선택받을 만큼 나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 

 

이후에는 우리가 다시 만날 계획을 세우는 일이 즐겁고, 다음 만남에는 우리가 서로 얼마나 더 성장해서 삶을 나누게 될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실제로 내가 세월이 흘러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들을 다시 만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것 중 하나가 -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 본인에게 중요한 것, 소중한 것에 더욱 집중하는 삶을 점점 더 살게 되더라는 것인데, 사람의 경우에도 적용이 되어서 나는 점점 더 나와 깊고 오래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삶에 들어오고 남게 되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4년에 만난 수많은 친구들 중에서 계속 연락을 하는 친구, 재회를 하게 된 친구들을 보면 왜 그 친구와 계속 연락을 이어가게 되는지, 재회를 했을 때 우리 만남의 깊이가 단번에 이해가 되는 것이다. 서로의 자람에 대해서 나누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을 가득 채우는 일이다. 나는 그래서 더이상 헤어지는 것이 슬프지 않고, 그 이야기를 마스터마인드 시간에도 나누었다. 

 

물론 이 과정은 말로 전달한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조금의 연습은 필요하다. 혼자서 이 부분을 깨닫는 것에는 몇달이 걸렸지만, 몇년에 걸쳐서 체화하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마스터마인드 시간을 통해 전달받은 것들이 있다면 며칠만에도 마음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 (이 친구도 새로운 관점을 소개해준, 마스터마인드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고마워했고, 금방 마음을 회복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에 있어서 나만의 선을 찾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Boundary (경계선)에 대한 것은 따로 적어서 시리즈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중요하고 긴 이야기이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이는 내 마음을 지키는 선이다. 나의 한정된 시간, 에너지를 모두에게 퍼다줄수는 없다.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며, 내 자원들은 모두 한정적이다. 정해져있는 양을 가지고 너도나도 퍼다주게되면 너무나도 쉽게 감정적 번아웃을 겪게 된다. 나만의 레이다를 켜서, 낭비되는 양을 줄이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100명의 그저그런 친구보다 소중한 소수의 인원이 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