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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 노랑무늬영원 (한강)

슬로우마드 이미써니🌞 2025. 1. 4. 13:19

처음으로 읽는 한강 작가의 책이다. 나는 이게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인 소설집이라는 것을 모르고 시작을 했는데, 스무 장 서른 장 정도의 짧은 이야기의 전달을 실감하고 있다. 그의 장편은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쓴지가 십년도 더 되었는데, 한강 작가는 추천하기를 자신의 가장 최신작부터 읽으라고 했다던데, 그런데도 이 이야기들은 참. 십년도 더 전에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받을 글들을 쓸 수 있는 거였구나.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시작한 책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였고,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백화점이었다. 시선으로부터는 그 이야기의 소재나 톤에 있어서 중간 어드메 쯤이라고 느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그보다는 밝은 이야기였고, 분위기가 박자를 타는 느낌도 있었다.

노랑무늬영원에 실린 한강 작가의 이야기들은 그 중간선에서는 아래에 있었다. 무겁지는 않지만 무게는 있고 가볍지는 않은데 나를 끌어내리지도, 나를 날리지도 않는다. 필요하고도 소중한 이야기들이라고 느껴진다. 친구는 한강 작가가 스토리를 극단적으로 끌고 가지 않고 담담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면서 멈추고 그 문장을 천천히 다시 읽어내려가며 그 순간의 몸의 감각을 느끼는, 머리가 아닌 내 몸에 그 글을 새기려는 나의 시도들이 여기 노랑무늬영원을 읽으면서도 있었다.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보낸다. 그의 수상을 보며 동시대에 축하할 수 있음이, 그의 글이 많은 이들에게 읽힘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