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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빛나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기
2024 다시 살기 본문

2023년에서 2024년을 시작할 때, 나는 스페인에 있었다. 친구와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를 함께 돌보면서 조용하고도 느린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해변에서 돌을 주워와 정화수를 떠다놓은 것처럼 그릇에 물을 담고 두 손을 모으며 마음도 함께 모았다. 마음의 슬픔 한 개를 돌 하나에 옮겨 담고 그 돌을 물 속으로 떨어뜨렸다. 그렇게 마음의 슬픔을 흘려보내고 나서, 친구와 나는 2024년의 열두 달을 위한 오라클 카드 열두 장을 각각 뽑았다.
그리고 2024년에서 2025년을 맞으면서는 12월의 한국에 내가 그 카드들을 되돌아보고 있다. 올해의 회고.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카드들을 떠올리며 필름을 다시 되돌려봤다. 카드와 연결이 쉽게 느껴지는 달도, 여전히 물음표로 남은 달도 있다. 정리하고 나니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블로그에도 적어 본다.

일월. Change. 변화.
나는 일월에 회사에서 잘렸다. 변화의 시작이었을까, 이미 전부터 다가오고 있던 변화가 그저 모습을 드러낸 것 뿐일까. 원치 않았던 최사를 통해 절벽에 선 나의 등을 톡 하고 밀어버린 우주의 힘을 느꼈다. 막상 떨어지고 나서야 나는 날았다. 그대로 그 힘이 미는대로 저항하지 않고, 파도에 올라탄듯, 그러나 휩쓸리지는 않고 느린 속도로. 그러고 보면 항상 중요한 순간에는 닫히는 문이 있었다. 열리는 문보다 닫히는 문이 나에게는 신호였다. 회사에서 잘렸고, 감정은 동요하지 않았고, 갑자기 생긴 여유분의 시간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지. 홀가분했다.


이월. Openness. 열림.
나의 성급함과 안전한 만남들을 배웠다. 놀면서도 큰 배움들이 가득한 축제 현장. 혼자있는 시간을 나의 생각과 계획만큼 잘 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2025년에는 비교대조군이 있다. 나의 혼자력과 고독력은 그 사이에 얼마나 자랐을까? 자란 것이 맞나? 아니면 그저 혼자력을 지탱해줄 맞는 도구가 그 당시에는 없었을, 혹은 그런 특정 도구가 필요함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인가? 안전한 공간에서 나는 활짝 열림을 배웠고, 그래서 그 곳으로 돌아간다. 2025년 이월과 삼월을 나는 작년과 같은 장소에서 보낸다. 앞서 한 질문에 대한 답도 얻을테지.
삼월. Courage. 용기.
노엘이 내가 지내던 호수에 도착했고, 나는 샘, 클로이와도 시간을 보냈다. 이후 소피아와 엘레니까지, 고마운 젊은 영혼들. 나는 당시에 여전히 혼자있는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지만 나의 용기보다는 이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용기에 감화되는 시간이었다.

사월. Thriving. 번영.
사랑하는 스위스, 알피니스 코리빙에 돌아왔다. 나의 집, 나의 가족, 나의 사랑. 사실 유일하게 로맨스가 없던 곳인데 그래서일까. 아직도 번영의 의미는 희미하기만 하다. 무엇이? 어찌? 지금은 보이지 않고 그렇게 지나간다. 모든 답을 다 찾을 수는 없지. 나는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오월. Going Forward. 앞으로 나아가기.
나아간다, 앞으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뻔했던 남자는 명확히 그리고 나도 분명히 할 수 있었지. 아마 그와 나는 당분간은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카르멘과의 시간은 그저 즐거웠다. 너의 밝은 에너지.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밝은 에너지의 이야기를 꺼냈던 이들이 생각난다. 그들이 나를 보며, 아니 함께 지내며 느낀 것이 내가 너와 함께 지내며 느낀 그것과 같을까.

유월. Purity. 순수.
순도가 높은 휴식이 필요했지. 이 때에 나는 나를 한국어로, 우리말로 채우기 시작했다. 케이팝을 듣고 한국드라마를 봤다. 예승언니를 이태리에서 만나면서 한식도 먹고, 한국의 것이 나에게 휴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순도, 순수의 퓨리티도 있지만 한국의 무언가가 내 안에서 정화되어서 나에게 이제는 다른 의미가 되었을 수도 있을까.

칠월. Happiness. 행복.
유월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생각해보면 칠월을 내가 어떻게 보내고 어떤 행복이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칠월의 나는 한글을 통해 나를 쏟아내었지. 그 과정은 너무나도 충만했고 빈틈이 없었다. 빈틈없이 행복하다는 노래가사에 꼭 맞았다. 꿈을 꾸고 그 꿈을 꺼내놓음에 나의 회복과 치유가 담겨 있는 것. 내가 우리말로 이것을 해냈음이 그 증거 자체가 됨을 나는 기뻐한다.
팔월. Power. 동력.
파워. 힘. 에너지. 능력. 권력. 동력.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뿐만 아니라 이 단어 자체가 나의 팔월이 맞나 싶게 불분명함을 남긴 올해의 단어인 듯 하다. 영국에서의 나의 생활은 조성진의 연주로 황홀했고, 귀여운 강아지로 즐겁고, 친구와의 시간도 감사하고, 하나하나의 요소를 보면 강력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내가 동력이라는 단어를 우리말의 뜻으로 선택한 것은,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하나의 큰 동력을 찾았음에 있다.

구월. Englightenment. 깨달음.
그러다가 구월을 맞았다. 깨달음이라. 나의 생일을 기점으로 내가 특별한 깨달음을 새로이 얻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때까지의 깨달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더 내 삶에 자리하게 하겠다는 다짐이 강했다. 꿈. 내가 서른 일곱번째 생일에 붙잡은 단어는 꿈이었다. 생일 자체는 너무나도 완벽했다. 아침에 열다섯명이 넘는 집 전체가 올리를 빼고 일박이일 산행을 나섰고 나는 대부분의 산행을 오르는 길에는 에스와 함께 했다. 힘들게 도착한 산장에서는 게임과 수다가 가득했고 너무 맛있을 수 밖에 없던 저녁식사 때는 마무리 디저트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퍼져서 나는 그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나의 감동과 놀람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밤에는 내 손을 더듬은 에스를 보며 이 나이에 이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손이 다른 곳으로 향하기 전까지는. 나는 그를 막은 순간 참 그가 안타까웠다. 하산하는 과정에서 일행과 떨어져 어먼 곳에 도착한 나를 에이가 데리러왔고 아마 에이에게 관심을 가진 두 번째 순간이 그 때겠지. 첫 번째는 프랑스에 도착하기도 전이었으니까.


시월. Community. 공동체.
사랑하는 시월의 시타델, 그리고 시타델 식구들. 그대들을 사랑하오.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대들에게 감사함을 전하오. 우리 또 만납시다.
십일월. Solitude. 고독.
고독이라 하면 부정적인 느낌을 더 줄까. 암스테르담에서 비로소 나의 홀로서기는 제대로 시작된 것 같아. 그 지루하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여정의 시작이 여기였던 것. 그래서 백만마일 챌린지를 했던 것도 그렇게 즐거울 수 있었지.
십이월. Success. 성공.
십이월은 그래서 성공이라는 것. 내가 한 모든 것이 성공이었다. 운동과 몸과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것이나, 반대로 하지 않은 것들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하지만 내가 그의 인생에서 사라져도 괜찮은 사람에게 연락을 꾸준히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든지.
이렇게 2024년을 다시 살고 나서 오기와 나는 질문을 던졌다.
오기의 질문은
- 가장 크게 시간을 투자한 것은 무엇인가?
- 새롭게 한 도전은 무엇인가?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또는 사건은 무엇인가?
나의 질문은
- 자랑스러웠던 순간들은 무엇이었나? (기특하다던가 대견스러운 것과는 다르다)
- 즐거웠을 때의 감각은 무엇이었고 그 감각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가?
이렇게 2024년을 갈무리하고 우리는 2025년을 위한 카드들을 뽑았다. 이번에는 달마다의 허브와 그 의미도 함께 뽑아서 매달이 두 개의 카드를 갖게 되었다. 솔직히 아직 새해를 시작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는 그 카드들을 보면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지 싶은데 내년 이맘때에는 또 이해가 되는 달도, 여전히 물음표가 느낌표로 전환되지 않는 달도 있겠지.
이미 이야기했지만, 열두 달을 모두 아하 하면서 보내게 될거라는 기대감은 없다. 완벽한 삶은 내가 추구하는 바와는 거리가 있다.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지. 하지만 다른 기대감은 있다. 즐거운 일들이 있고, 배움이 있고, 보고싶은 친구들을 보게될 2025년. 손도 많이 잡고, 웃기도 많이 웃고, 장난기가 넘치는, 따뜻한 포옹을 하는 일년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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