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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빛나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내가 쓰레기같이 느껴진다면 본문
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아무 것도 안하면서 시간과 돈을 쓰다니) 나는 쓰레기야…’하는 걸 보고 친구에게 메세지를 써 보냈다. 나에게 와닿은 것이 너에게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 지난 2주간 완전 예산 넘어가는 숙소에서 지냈어. 관광도 안하고 선재업고튀어 드라마 몰아보고 누워만 있었어.
그런데 진심으로, 자기합리화 하는 게 아니고, 정말 나는 내가 돈지랄했다는 생각이 안들어, 예전 같았으면 분명 들었을텐데,“ 하고.
삶을 다시 쌓아올리는 이유는 무얼까. 완전히 무너져 내린 삶을 다시 쌓아올리기도 하지만, 보수공사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 나라는 사람은 집과 같아서, 새로운 부자재가 들어오거나 주변환경이 바뀌면 보수공사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생각보다 보수공사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보수공사는 이름이 때마다 다른데, 이번 공사는 축제 그리고 축제 후 휴식 두개의 공사였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두번째 (축제 후)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6월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의 나만의 시간. 생산성 제로의 시간을 보냈다.
자세한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나는 6월 3일에 축제에서 돌아왔고 원래 계획은 알바니아로 날아가 베프와 이주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거였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긴 영상통화를 하는데 (코로나 기간동안에는 한달에 한번, 이후로는 두세달에 한번 정도 해왔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고 이번엔 알바니아에서 만나기로 한 터였다. 축제 직전에 예약했던 에어비앤비가 취소되기도 해서 스트레스가 컸는데 (최고의 경험을 위해 축제 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쏟고 싶지 않았던 터라) 친구가 일단은 예약을 한 군데 새로 하고 일단 축제를 끝내고 보자 하던 참이었다.
축제 이후에 축제 행사장에 있는 다른 이벤트를 연달아 참석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 나는 친구에게도 간단히 귀띔을 해놨었다. ”비행기표 다시 보니까 공항에서 내려서 바로 페리를 타러가도 한두시간 차이로 페리를 놓칠 시간대라서, 이탈리아에서 하룻밤을 자고 밤까지 페리시간 기다렸다가 밤새 페리타고 가야돼. 거기다가 에어비앤비까지 취소되니까 엄청 힘빠진다 … 가지말라고 온우주가 뜯어말리는건가 싶은데? 그냥 나중 일정 너무 신경쓰지 말고 쉥겐에 좀 더 있을까봐” 하고 말하는 나에게 친구는 온우주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니 일단 깊게 생각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축제는 너무나도 즐거웠고 (축제 얘기는 또 따로!) 나는 축제 이후에 바로 다른 이벤트를 참석하기에는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크로요가를 계속 하기에는 어깨도 좋지 않았고, 마음적으로도 휴식이 필요함을 느꼈기에 멈춰서 지금 느끼는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친구와 이야기 나누면서 정리되는 것도 있을 거였다.
그렇게 나는 알바니아로 갈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데! 그랬는데 친구랑 축제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얘기를 해보니 이미 알바니아에서 한달을 있었던 친구는 알바니아에서 사실 힘들었어서, 알바니아에 오기 전에 지냈던 루마니아로 하루빨리 돌아가고싶다고 말을 전했다. ‘나는 너 보고 쉥겐에서도 나와있고 할 목적으로 알바니아에 가고싶었던 건데, 그럼 내가 별로 거기까지 갈 이유가 없지’ 싶었다.
선택지를 고민했다. 돈을 많이 쓰고 싶진 않은데, 안그래도 없는 돈을 🥲 하우스시팅이나 펫시팅을 조금 알아봤다. 느낌이 오는데가 딱히 없는 데다가, 알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 피곤하다. 축제에서 에너지를 쏟아낸 탓에 내가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는 게 느껴진다. 영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나 너네집에서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 지낼 수 있냐는 내 물음에 언제? 라고 되묻는 친구들에게 내일 당장? 이랬더니 그건 어렵다고 ㅋㅋㅋㅋㅋ 8월에 오래 다들 ㅋㅋㅋㅋㅋ 그치 사실 나도 기대는 안했어. 미리 얘기한 것도 아니고 당장 오겠다고 하면 누가 되겠어.
아 나 멀리가거나 가는 게 피곤하면 힘들 것 같은데. 지금 나를 재워주는 이 친구 집에서 아예 2주를 더 보낼까, 하고 생각도 했는데 아니다. 난 지금 혼자 있고 싶어. 온전히 나만을 느끼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퍼뜩 닿는다. 이러려고 알바니아 계획이 틀어진건가 하는 나에게, 친구가 쉥겐 밖을 찾는게 중요하면 두시간 거리에 있는 지브랄타는 어떠냐고 그런다.
지브랄타는 스페인 안에 있는 영국령인데, 1) 내가 있던 말라가에서 버스 한번 타면 가는 거리에 2) 영국령이라 쉥겐이 아니고. 바로 알아봤더니 가는 건 간단하다. 근데 숙소가 너무 비싸네 … 평소 예산보다 두배정도 소요된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하지만 홀리듯이 결제했다. 이유는? 느낌이 왔어.
휴식의 모습
휴식의 이유
휴식의 목적
그렇게 무작정 와서 처음에는 나름의 갓생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근데 단어만 봐도 앞뒤가 안맞아. 갓생인데 휴식이다? ㅋㅋㅋㅋ 그게 뭔가요? 요리 잘해먹고, 잠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러도 가고, 미리 일도 해놓고, 그게 어찌 휴식이냐 ㅋㅋㅋㅋ 내가 에너지 레벨이 그걸 할 수 있었으면 했을거다. 근데 안되더라. 에너지 레벨이 꾸준히 낮았다.
일은 최소한으로 했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게. 정말 마지못해 했다, 겨우. 마감 한 번 미뤘고 두번째는 겨우 맞췄다. 잘하려고 안했고 끝내려고 했다. 원래 잘했던 거니까 끝마치기만 해도 돼. 완벽주의를 다시금 또 내려놓는다.
그럼 남는 시간동안 뭐했냐고? ✨선재업고튀어✨를 시작으로 어쩌다 발견한 하루까지 두 개의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선업튀의 경우에는 지브랄타 오기전에도 스페인 친구랑 같이 봤는데 어후 오랜만에 보는 한국드라마 푹 빠져버렸다. 이후로 유튜브에 올라온 웬만한 선업튀 영상은 다본듯. 핸드폰 배경화면도 <변우석💗김혜윤> 화보사진으로 바꾸는 주접도 떨고 있다. 에너지 레벨이 낮으니 앉거나 누워서 잘생긴 얼굴 예쁜 얼굴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나고 어찌나 재밌는지. 울고 웃고 난리를 쳤더랜다. 짠하고 애절한 사랑얘기 최고야. 꿀잼이야. (간간히 최강야구도 봤다.)

숙소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괜찮은 해변이 있어서 몇 번 나갔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지만 않았다면 더 갔을 것 같은데 모래가 너무 날려서 + 나가기가 귀찮아서 많이 못갔다. 한 번은 갔더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깜짝 놀랐다. 분명 어제는 아무도 없었는데 이게 뭔일이라니. 수영하고 물고기도 많이 봤다. 차가운 물이 너무 맑아서 청명하다는 건 이런 걸까 했다.


책은 아주 조금 읽었다. 앤 해서웨이가 이 책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인데 이주동안 한 10% 더 나갔나, 아주 가볍지만은 않고 나름 재미도 있고 영화랑 결말이 다르다고 알고있는데 언젠가는 그 끝에 닿겠지 하고 덮었다. 이 이야기의 끝을 보는게 안 급해.

그래서 이주동안 뭐했는데 라고 다시 물으면 여전히 한 게 없다. 성취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이룬게 없어. 아마 부모님이나 한국의 누군가가 나를 보면 세상 게으르기 짝이 없고, 아니 거기까지 가서 관광도 안하고 하는 거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는 모습이 참 한심하다고 할 게다.
하지만 그게 진실인가? 2주간 내가 평소보다도 두배 이상 벗어난 예산을 써가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 정말 누구말마따나 쓸데없이 하잘것없는 돈과시간을 낭비한 것이 맞는가? 자기정당화가 아니고 진짜로! 무엇이 진실인가?
휴식이란 것이 반드시 유기농 음식을 먹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건강한 갓생을 살아야만 휴식인가? 생산성이 전혀 없는 휴식은 휴식이 아닌가? 말그대로 쉴 휴 자에 숨쉴 식 자인데, 멈춰서서 숨을 고르지 않고 우리는 왜 휴식시간에도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지?
평소에 너무나도 무언가를 ”하는“ (doing) 것에 집중해 있어서 온전히 그대로 있는, 존재하는 (being) 것은 우리의 관심 밖인가. 항상 해왔던 Doing 보다는 being 에 더 다가가는 것. 내 휴식의 모습.
그리고 솔직히 아무것도 안하고 드라마보고 누워있고 돈쓰고 이걸 예전에는 2주가 뭐야 일년을 이렇게 산적도 있었는데 뭐.
왜 내가 지금 이 시점에 휴식을 필요로 했나? 사실 돈생각했으면 그냥 호스텔에서 싸게 지냈어야하는데 그랬으면 그게 휴식이 되었겠나? 바닷가가 보이는 넓고 쾌적한 콘도에서 지냈기 때문에 휴식이 휴식이 됐지.
겨울잠 자듯이 지내면서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결국 다음 스텝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되었고, 축제 기간동안 사랑, 우정, 삶의 선택들에 대해 배운 것들은 그 속에 묻어났다. 나는 2주간의 겨울잠동안 꿈을 다시 꾸었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것을 느끼기 위해 고요히 멈춰선다. 꿈꾸는 와중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는 느끼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려고. 여기서의 포인트는 당장의 휴식은 알고 느끼는 데에 있고 휴식의 끝에는 선택이 있다는 것. 알고 느끼면서도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깨달은지가 몇년 되었는데 아직도 실천은 쉽지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또 도전. 내 휴식의 이유.
휴식은 결국 내가 thriving 할 수 있도록 이후에 활짝 필 수 있도록 나를 서포트하는 것인데 나는 어떻게 해야 나를 잘 서포트할 수 있나? 나를 서포트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 되어야할지도 더 구체적으로 그린다. 내 휴식의 목적.
나에게는 이 모습의 휴식이 지금 필요했다.
나는 이제 뛰고싶은 마음이 든다.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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