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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빛나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기
내 생애 첫 팬레터, 피아니스트 조성진님께 본문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하면서 특히나 유럽과 미국 지역에서 내가 주기적으로 일정 체크를 했던 것이 있다.
1.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
2. 조 히사이시의 스튜디오 지브리 콘서트.
생각보다 일정이 잘 맞지가 않았다. 같은 나라이기만 해도 가려고 해볼텐데. 나는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하면서 에어비앤비 등의 개인숙소에서 지내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디지털노마드들이 모이는 코리빙들, 그중에서도 친구들이나 나의 검증이 이미 완료된 곳을 찾아다니거나 친구들하고 아예 집을 같이 빌리는 식으로 머물 곳을 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도시도 안 좋아한다. 시골만 찾아다니다보니 유럽이나 미국 대도시에서 주로 활동하는 조성진님의 연주회와 일정이 맞으려면 교통편과 숙소를 따로 알아보는게 상당한 일이었지. 4-5월에 스위스에 있을 때 모나코 몬테카를로에 가서 콘서트를 보고올까 생각도 했는데 친구들과 매일매일 (놀고 클라이밍가는) 일정이 빡빡하다보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거기에 몬테카를로는 무지막지하게 비싸다!
결국은 에딘버러에서 기회를 잡았다. 세르비아에서 원래 계획했던 두달 반을 한달 반으로 줄이고 루마니아에 있던 베프와 영국에 함께 가기로 했는데 런던 콘서트는 날짜가 너무 이르고, 에딘버러는 괜찮았다. 마침 온갖 축제가 다 겹쳐서 에딘버러가 평소보다 네배정도 시끌벅적한 8월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가기로 결정하고 바로 표를 샀다. 8월에 에딘버러를 가시는 분들, 참고하시길.
*2024년 8월 19일 에딘버러에서 연주를 듣고 이후에 실제로 조성진님께 드린 카드에 쓴 내용
안녕하세요 연주자 조성진님,
너무나 듣고 싶었던 조성진님 당신의 연주를 어제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미샤 마이스키 첼로 독주회에 갔는데 깜빡 졸았어서 이후로는 무조건 초콜렛을 챙겨가는 습관이 생겼는데 초콜렛을 사가는 시도가 무색하게도, 당신의 연주는 그저 나를 씻겨주었네요. 같이 들은 친구도 똑같이 느꼈더라고요.
Your performance, the sounds you created from the finger tips to your weight, washed me all over.
손가락 끝부터 당신의 온전한 무게까지 그 모든 것이 창조해내는 소리가, 겉에만 음악을 묻힌 게 아니라 내 세포 하나 하나를 씻어내고. 내 몸을 단 한순간도 움직이지 않아도 이미 내 안에 움직임이 있었어서, 음악을 듣는 건지 명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전반부를 보냈습니다.
후반부에는 다른 몰입을 선사해 주셨어요. 사실 자꾸 움직이는 사람들, 기침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속으로 욕했거든요. I curse you, you’re gonna have a bad lunch, you don’t have any idea how your unnecessary cough can ruin a moment to immerse in the music! 기침 입 안 틀어막고 하는 인간들 새똥이나 맞아라, 아니 기침할 때 옷으로 입이나 잘 틀어막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랬는데 curse 가 blessing 으로 바뀌었어요. 얼마나 듣고 싶으면 아픈데도 여기를 왔을까, 저들이 아프지 않기를, 다음 연주에는 건강하게 안아픈 목으로 연주를 들을 수 있기를, 다른 이들의 소중한 순간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 모두를 위해 연주하고 있는 연주자에게 이 기침소리들이 닿지 않기를.
쉼 없이 달리는 연주에 나 뿐 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 있는 다른 이들도 모두 연주자님의 몰입 안에 그 힘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이끄는 그 힘이 너무 강력해서 모두다 목이 아픈걸 까먹어 버렸어. 중력이 너무나 큰 블랙홀을 지나왔나 시간도 마음대로 지나가 버렸고. 우주선 선장님이셨어 조성진님.
연주를 듣고 나오면서 내 삶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조성진님의 연주를, 이런 음악을, 마법같은 순간을 들을 수 있는 인생이라니.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에 감사해서 꽃을 선물하기로 했어요.
많은 꽃들을 받았겠지만 저는 연주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이 처음이라, 많이 떨리고 설레고 신이 났어요. 오늘 연주 시작 전에 내일 다른 분의 공연을 대신 하신다고 해서 바로 표부터 샀답니다.
앞으로도 당신을 통해, 당신의 연주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길. 당신의 소중하고 귀한 연주가 계속되길. 또 들으러 올게요. 축복하고 감사합니다.
누가 알았겠어요, 사랑 선교사야 조성진님.
2024년 8월 20일
감사를 담아 드림
*연주를 들은 다음 날 20일에 예정되어있던 다른 콘서트의 피아니스트가 개인 사정으로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었는데 조성진님이 대신 해주시기로 해서 바로 표를 샀고, 카드와 꽃다발을 콘서트장 스태프에게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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